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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노동자의 위기

구교수 2023. 3. 17. 05:47

by 미라클 레터 이덕주 기자

글쓰기. 그림, 영어. 모두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데이터로 디지털화되어있다는 점이에요.



컴퓨터를 가지고 글을 쓰고,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고, 컴퓨터로 영어를 학습하죠. 컴퓨터로 코딩도 하죠.



챗GPT 와 같은 생성형AI 의 등장은 ‘지식노동자(화이트칼라)’들에게 가장 큰 위험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사실 지식노동자들은 그동안 컴퓨터의 등장 이후 여기에 빠르게 적응해서 높은 소득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육체노동을 하는 블루칼라와 임금격차가 벌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디지털로 인한 생산성 격차가 커졌기 때문이에요.



소위 좋은 대학을 보내고, 대기업에 취업을 하려는 이유는 이처럼 지식노동자가 되기 위해서 였던 것 같아요. 사무직 노동자, 연구자, 공무원, 프로그래머 같은 직업은 엄청난 소득을 보장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교육에 투자했던 것이 아깝지 않는 안정적인 일자리 였어요. 이것이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공부'를 시키는 이유이기도 했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빠른 디지털화로 인해 지식노동자의 기술도 AI 로 대체 되버렸어요. 디지털로 일하는 그들의 특성상, 그들의 활동은 모두 데이터로 남아있고, 그건 AI 에 의해 쉽게 학습될 수 있다는 뜻 인거죠!



이건 디지털로 일하는 지식노동자들이 다 사라진다는 것이 아니라 지식노동자 내에서 양극화가 생긴다는 의미에요. 지식노동자들이 하는 낮은 수준의 업무(간단한 글쓰기나 그림그리기)는 AI 가 대신 해주면서 신입사원과 같은 초급 지식노동자의 자리가 줄어든다는 의미죠.



그런 점에서 디지털 화하기 어려운 현장 노동자들의 가치가 올라가게 될 것 같아요. 실제로 사티아 나델라 MS CEO 는 한 인터뷰에서 AI 로 인해 현장 노동자들이 지식 노동자가 하던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어요.



현장 노동자란 단순히 블루칼라 노동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에 의해서 수행되어야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해요. AI 가 계속 발달하다보면 현장 노동자도 로봇에 의해서 대체될 수 있을테니까요. 의사나 간호사 처럼 직접 환자를 만나고 수술을 실행하는 사람들, 기업과 기업간의 대면영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AI 가 등장한다고 대체되지 않을 것 같아요.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말하는 AI 와 교육 <eo 채널>
AI 시대 어떻게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까

AI 기술의 발달은 우리가 ‘물고기 잡는 법(기술, 지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재정의 하고 있어요.



AI 가 쓸 수 있는 뻔한 글을 쓰는 것은 ‘글쓰기’가 아니에요.
‘독창성’이란 커뮤니티 내에서 인정받는 것이에요.
영어 글쓰기라는 장벽은 낮아졌지만, 여전히 영어는 중요해요.
컴퓨터를 가지고 일하는 ‘디지털 워커’들은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어요.


이런 점에서 앞으로 자녀 교육이나 나의 진로를 생각할 때 이런 것들이 중요할 것 같아요.



깊게 파고 드는 법


AI 가 만든 것은 깊이가 없어요. AI 가 등장하기 전에는 깊이가 있어도 깊이가 있는지 알 수 없었죠.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까요. 이제는 AI 와 비교를 해보면 무엇이 깊이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AI 에게 질문을 잘 던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질문을 던지는 능력'을 자녀에게 가르쳐야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사실 AI 가 등장하기 전에도 '질문을 잘 하는 능력'은 중요했죠. 한국의 교육이 그것을 잘 가르치지 못하고 있었을 뿐. 🤣



저는 그래서 AI 시대에 좋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깊게 파고드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깊이가 있어야 깊이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겠죠.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법


AI 가 할 수 없는 것. 바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일 아닐까요? 여기서 커뮤니티란 ‘인터넷 커뮤니티’나 ‘사교적인 모임’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에요. 공동의 관심사를 가지고 뭔가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해야할까요? 많은 AI 연구가 학계와 개발자들의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이뤄지고 있어요. 거기서 활동한다는 건 가장 첨단의 지식을 배우고, 가장 첨단의 지식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뜻이죠. 커뮤니티 활동 능력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일 것 같아요.



컴퓨터 바깥 세상의 활동


컴퓨터 스크린 / 스마트폰 스크린을 보내면서 보내는 시간을 ‘메타버스’라고 부른다면 우리는 이미 ‘메타버스’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메타버스 속에서 이뤄지는 것은 모두 데이터가 될 수 있고, 그건 AI 가 학습할 수 있죠. 이런 점에서 컴퓨터 바깥 세상에서 활동 경험이 많고,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더욱더 중요해질 것 같아요.



녹화된 강연을 보는 VOD, 줌으로 이뤄지는 실시간 강의, 직접 현장에서 듣는 강의. 이 세가지의 내용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해도 사람들은 현장에서 직접 듣는 강의에 가장 많은 돈을 내려고 하죠. 컴푸터 밖 세상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질 것 같습니다.



기초의 중요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우리의 삶을 엄청나게 바꿔놨어요. 챗GPT 로 대표되는 AI 도 우리의 삶을 바꿔놓겠죠?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했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이것은 교육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 같은데요. 인간이 갓난아기로 태어난 후 걷기, 말하기 같은 기초적인 것들은 반복적인 학습과 함께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해요. 글쓰기도 그림그리기도 마찬가지.



스탠포드 대학교 정치학과의 롭 라이히 교수는 "챗GPT 는 공학계산기와 다르다"면서 "글을 잘 쓰는 사람이야말로 좋은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어요. AI 를 단순히 도구라고 보기에는 그것에 의존했을 때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들이 많다는 뜻이에요. AI 로 인해 우리가 기초학습에 걸리는 시간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기초학습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결론은 국영수는 중요하다?